기분이 별로

별로다 못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남편은 혼자 토스트를 먹을 때도 스메그토스터에 적당 시간 구워서 아보카도를 썰어서 커피를 내려서 예쁘게 차려 먹는다.
남에게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다정한 사람

나? 그냥 되는대로 타이머를 맞추고 (토스트를 하는 자체가 어디) 잡히는대로 잼통을 열고 반을 먹다가 눕다가 반을 먹다가 시원찮게 군다. 남편이랑 정반대. 남에게도 본인에게도 사랑을 제대로 안 줌. 오늘은 이런 것도 날 슬프게 하네.


시간가꾸기_1.소셜다이어트 귀하다,오늘

나는 내일 더 좋은 내가 되고 싶다. 이유는 없다. 인간의 본능이지 않을까.

육아휴직 중이다. 회사도 가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는 8살 이후로 찾아온 인생의 휴지기 (심지어 대학재학 중 매 방학마저 계절학기로 메워졌었다) 는 다른 말로 하자면 내 시간을 내가 컨트롤하게 된 최초의 시기다. 물론 남편의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5개월된 딸의 바이오리듬 등도 유효한 고려대상이지만 지난 3개월간의 생활을 통해 주효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돌아보면 의미없게만 쓴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시간적, 지리적 문제로 못했던 것들 (요가, 꽃꽂이, 마사지, 블로그 일기) 등을 하면서 여유 시간을 풍성하게 채워나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것들에 할애하는 시간은 많지가 않았다. 대신 '해야 하지만 혹은 하면 좋은 것들'을 하는 시간보다'굳이 안해도 되는 시간때우기 용의 것들'을 하는 시간이 훨씬, 훠얼씬 더 많았다. 후자의 것들 중 대표적인 것이 의미없는 인터넷서핑 (대표적으로 SNS) 이다. 물론 필요한 정보들을 능동적으로 찾는 웹서핑이야 초보육아휴직러인 나에게 더없이 귀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는 말할 것도 없이 맘카페나 패션 커뮤니티 안에서 무분별하게 목록들을 고르며텍스트를 수동적으로 흘려보낸 시간들은 (내기준) 허비했다고밖에 할 수없다 (이런 거 하다가 밤 꼴딱 샌 적도 수차례). 그래서 SNS를 당분간 끊어보려 한다. 사실 원래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업로딩도 자주 안 할 뿐더러 접속하는 횟수도 하루에 1번 할까말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막상 시작하게 되면 그게 언제든 통제불가능으로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게시물에 대한 반응을 수시로 확인하느라, 세상은 또 별일 없나 싶어 새로운 피드를 구경하고 타고 또 타느라, 하염없이 시간은 가고 또 가고... 남의 아기 옷에 침흘릴 시간에 옆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내 아기 얼굴 한 번 더 봐줄 것을, 회사에서 있었던 일 이야기하느라 바쁜 우리 남편 입 한 번 더 봐줄 것을... 물론 문제의식은 이전부터 느꼈지만 (폰보느라 답변이 시큰둥해서 남편이 몇번 삐짐) 개선의지를 강력하게 던져준 글은 요것 (https://brunch.co.kr/@seoyoungcla/73). 물론 건강하게 즐겁게 활용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나로썬 귀한 자유시간들을 갉아먹는 느낌이라 당분간은 소셜 다이어트를 하고자 한다. 가까이 있는가족, 친구와 더 농도깊은 시간을 누리고 사놓은 (산더미같은..)책들도 소화할 수 있도록! (하루키 신작이 구작이 되어버린..)
다만 원글쓴이처럼 나름대로 기준을 세운다면 1.네이버블로그, 이글루스는 가능 (이웃을 친분이나 흥미 위주가 아닌 관심사 기준으로 선별했기 때문에 유용하며, 글 작성도 공유 목적이 아닌 내 일상 기록용이므로) 2. 인터넷 커뮤니티는 목적이 있는 용도 (검색용) 로만 사용 3. SNS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웹서핑은 지양한다. 4. 대체물은 (1)남편과 카톡 (2)여행계획 (3)독서 (4)음악 및 팟캐스트 감상. 이상. 해보고 후기 쓰겠음. 




요가 귀하다,오늘

근 10일만에 요가를 다녀왔다. 사실 어제 갈 수도 있었지만 고질병인 게으름이 발목을 잡았고...다녀오면 너무 좋다고, 남편에게도 수업을 권유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웃으면서, 너무 좋은데 가는 건 싫어하잖아 너, 이런다. 
그때그때 시간맞는 수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산후요가뿐 아니라 일반인요가도 종종 수강하는데, 오늘은 임산부요가.
골반벌리는 동작들이 많아서 나는 지금 골반을 수축시켜야하기 때문에 눈치껏 자세를 변형해갔고 다음부터 임산부요가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며 이완동작들 위주로 마무리 수업을 진행하는데... 누워서 명상하고 있는 내 목을, 쇄골을, 이마를 누르는 선생님 손길이 닿는 순간, 잡념을 씻어주는 목소리가 공명하는 순간, 아, 내가 이 맛에 요가다니지, 했다. 만년 수족냉증에 하체비만에 그나마 있던 근력마저 출산 후 다 떠나보낸 내게 신체적 이점 이상의 무언가를 주는 운동이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또 "요가 짱 너무 좋아!"를 외쳤고 남편은 같은 레퍼토리 반복. 아디다스 레깅스팬츠 그만 입고 본격 요가를 위해 뮬라웨어 요가복을 구매하겠다.


며느라기


며느라기 - 라는 웹툰이 있다.
www.instagram.com/min4rin

(카피 말라고 해서 옮겨오지 않음)

시부모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며느리들이 겪는 시기 - 를 일컫는 '며느라기'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굳이 시부모님에게 예쁨받고 싶은 마음이 크게 없고, 어머님아버님도 남편과 나를 차별하는 일이 크게 없지만
그럼에도 웹툰에서 말하는 '나를 지키지 못하는 순간'들이 생길까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원래 어른들한테 싹싹한 성격이라서 시부모님에게도 똑같이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시부모님과 며느리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긴장들이 생기더라. 원하시는 바를 애써서 다 해드리면, 나중에 '나'는 안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결혼 전에 남편집에 제사가 분명히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결혼하고 보니 명절 제외하고도 1년에 4번 있었다. 오빠는 그때 보통 근무이거나 여행을 갔기 때문에 크게 참석 여부에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그런데 결혼하고 첫번째 명절에 어머님은 나에게 메모하라면서 제사날을 다 적어주셨다. 결혼을 하고서부터는 오빠- 더 정확하게는 오빠를 포함한 나까지 필참해야되는 부분이었던 것. 그렇지만 결혼 후 있었던 3-4번의 제사에 나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 임신해서 출근하는 와중에 피곤한 몸이끌고 굳이 남의 조상 (내 조상은 아니니) 모셔놓고 (심지어 기독교) 절할 마음이 안들었다. 아기낳고는 돌도 안된 애기데리고 갈 수 없으니 남편 혼자 갔다. 어머님이 친척들 눈치보인다고 오빠 혼자라도 오면 왔다가면 안되겠냐고 해서 1-2시간 있다가 왔다. 솔직히 내가 가도 반찬통에서 반찬꺼내 담는 것 정돈데 나는 제사 가기가 무지무지 싫다. 그것마저 남편은 안하고 왜 나혼자 해야하는거지? 억울하다. 명절에 남자랑 여자랑 밥을 따로 먹는 것을 보고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제사 오빠랑 이야기만 나와도 울었다. 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회사다니면서 굳이 퇴근하고 옆 도시까지 가서 제사에 참여해야하냐고. 결혼생활 이럴 줄 몰랐다고, 그래서 우리 엄마가 처음부터 제사 많냐고 물었던 것 아니냐고. 남편은 나한테 본인이 안갈 때는 절대 갈 필요 없다고, 평소에 내가 육아랑 집안일 많이 하니까 그거 생각해서 일년에 한두번만 가주면 안되겠냐고, 가서 일하라는 게 아니라 네가 안가면 우리 부모님이 너무 곤혹스럽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평소에 오빠랑 나랑 사는거랑 제사가는 건 상관없다고, 이런 논지로 꿋꿋하게 앞으로도 계속 안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사는 게 다 무자르듯 뭐든지 딱 떨어지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는 퇴근시간이 들쑥날쑥하지만 밤에 집에 있을 때는 항상 새벽육아를 도맡아한다. 가끔 아기우는데 한번도 안쳐다보고 잠만 자는 나를 보면 젖병던지고 싶다고도 하지만 (울면 깨는 시늉이라도 하라고...엄마맞냐고...) 밥먹는 아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괜찮다고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 빨래 전부 도맡아서 하고 애기낳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하다고 뭐든지 하고 싶은 건 하라고 한다. 이모랑 엄마는 휴직하고 있을 때라도 밥이라도 잘 챙겨주라고 하지만 솔직히 남편이 불만이 없어서 우리끼리 잘 맞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근데 남편은 내가 행복하라고 부당하든 힘닫는 데 까지 기쁜 마음으로 애써주는데, 나는 이건 틀리니까 나는 안할래, 하면서 혼자 꼿꼿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 가끔은 나도 기꺼이 남편을 위해 수고해주는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남편한테 '회사 안가고, 아기 돌 지나고, 자기도 같이 갈 수 있을 때는 제사에 갈게. 명절에도 가기 싫단 소리안하고 기분좋게 다녀올게'라고 선언했다. 


연락문제도 그런데, 어머님이 결혼하고 처음에 며느리가 시댁에 전화하고 남편이 처가댁에 전화하는게 맞다고 하시고, 시아버지가 연락하는 거 좋아하니까 나한테 자주 하라고 몇 번 말씀 하셨는데, 내가 안했다. 이런 것도 나는 내가 엄청 잘 할 줄 알았는데, 불편했다. 우리 부모님한테도 연락와야지 하는데, 시부모님한테만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게 모순? 이상하다는 느낌도 들고.. 그랬더니 더 이상 기대를 안하신다. 그리고 웹툰에도 나오지만 친정엄마는 항상 시댁에 잘하라고 한다.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길 바라시고...그래서 "엄마는 근데 왜 사위한테 그런거 안바래?" 이러니까 "우리 사위는 일등 사위야. 다 너 결혼잘했다 그래. 그렇게 잘하는 남편이 어딨냐면서."...왜 딸한테 잘하면 일등사윈데 며느리는 시댁에 잘해야 일등며느리지? 진짜 이상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시부모님이 원하시는 며느리에 대한 기대를 만 9개월만에 다 깨어드린 듯 하다.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리는 건 마음이 편한 일은 아니지만, 평생 뵈어야 할 분들인데 나로써 살고 싶었다 그냥. 누굴 만나더라도. 뭐든지 내 맘대로 다 하려고 할 순 없지만 도리는 하되 담아두면서 살고싶진 않다. 사실 어머님은 아기 태어나기 전에는 내가 불편할까봐 집앞에 오셔도 절대 우리집에 안들어오시던 분인데, 아기 보러 가끔 오시면 부담주기 싫어서 먹을 걸 항상 사서 오신다. 어디 놀러가도 힘든 일은 다 남편시키고, 아무튼 내가 불편하지 않게 신경쓰시는 게 눈에 많이 보인다. 그치만 어쩔 수 없는 고부관계라는 걸 느낄 만한 이야기가 찰나의 순간에 지나가버린다. 그럴때면 그런 말들이 계속 귀에서 맴돌고 나는 싹싹한 며느리에서 한발짝 더 멀어진다. 다음 주도 놀러갔다 오라고 아기 봐주시겠다고 하시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죄송하기도 하고... 어렵다 무튼!!










신혼일기 귀하다,오늘

다정하고 깊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고 있다. 몇 번의 사랑과 연애를 하고 그 끝에 선 사람은 나를 딸처럼 보듬어주고 아내로 존중해주고 사랑받고 싶음을 당당하게 요구해서 그마저도 미치게 사랑스럽다. 임신 중 긴 출퇴근 시간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성과급은 포기할 수 없고 집에만 가만히 있으면 푹 퍼질 것 같아서 좀 더 부지런해져보자고 다짐한다. 처음 결혼을 결심할 때만 하더라도 90%의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상대에 대한 확신과 10%의 아직 보지못한 모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안했으면 어쩔뻔 했냐고 웃는 나에게 남편은 나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노라고 농을 던진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가정적이고 아내를 배려하지? 아직은 너무 신혼인가? 싶은 궁금함을 지닌 채 참석한 남편의 친구들과의 아내 동반 모임에서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이 사람들 다 와이프 속썩일 사람은 없다고, 그랬다. 어떻게 그렇게 끼리끼리 모였는지 신기할 정도로 아내바보들...

결론은 신혼일기는 남편자랑일기. 출산일기가 되기 전에 더 자주
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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